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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산행기록입니다~!
어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도 뜀박질이 가능한(?) 용눈이 오름에서 살방살방 놀아 보았으니, 오늘은 제대로 된 산행을 한 번 해봐야 겠습니다.
약 5 년전 어느날, “백록담은 인터넷 사진으로 보면 된다” 고 버티다, 동료들에 의해 얼떨결에 끌려와;; 바로 이 곳 한라산을 산행할 예정이었으나, 북상중인 태풍으로 인해 입산통제가 되어 만세를 부르며 기뻐했던 적이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때는 왜 그렇게 등산을 죽기보다 싫어 했을까요? ㅠㅜ 어쨌든,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며, 영원한 것은 절대로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백록담까지 성판악 코스로 올라 보겠습니다. 3대가 덕을 쌓아야만 볼수 있다는, 정상에서의 제주 전역 조망과 백록담을 동시에 만나 볼 수 있는 35%의 확률에 도전해 봅니닷!^^
(코스)
성판악-속밭휴게소-진달래대피소-백록담-진달래대피소-속밭휴게소-성판악(원점회귀)
[동트기 전, 성판악 주차장]
서둘러 조금 일찍 도착하지 않으면, 여기는 물론 주변 도로의 갓길까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합니다. 주말이라면 최소 6시 반~7시까지는 성판악에 도착해야 할 것 같네요. 현재 10월말 까지는 5시반부터 입산이 가능합니다! (랜턴 필수)
[성판악 코스 들머리]
오늘은 이후 일정과 차랑회수 문제로 인해, 해발 750m에서 출발하는 성판악 코스로 올라갔다 원점회귀 합니다. 경사는 조금 더 있으나, 경치가 좋다고 알려진 해발 650m지점 출발 관음사 코스는 낙석문제로 그동안 통제중이다가 10/1부로 개방되었습니다. (다만, 관음사 코스는 매점이 없어요ㅠ)
[나무 사이로 보이는 오늘의 일출]
아직은 조망이 트이는 지점이 아니라서, 바위 위에 올라가 각도를 만든뒤 일출을 겨우 봤습니다;;;
[한라산 자생식물 조릿대]
한라산은 높은 고도로 인해 열대,온대,한대 세가지 기후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모두 공존하는 지역이라 합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인해, 온대성 식물인 조릿대가 점차 세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아니;; 벌써 해발 천미터?]
성판악 코스는 흙길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데크와 돌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근데;;; 시작 하자마자 금방 천 미터라니, 정상까지는 금방 올라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여기서부터는 삼나무 군락들이 펼쳐지기 시작하네요~
[속밭 대피소]
[군데군데 보이는 단풍]
확실히 높이 올라갈수록 시원한 공기가 느껴지며, 주변 풍경 들도 따라서 변합니다. 제법 물이 오른 단풍들도 보이긴 하지만, 한라산에서 단풍을 제대로 즐기려면 영실 코스로 올라가야 합니다~ (다만, 영실코스는 백록담 접근 불가)
[한라산 탐방로 안내도]
지금까진 그저그런 얕은 경사면 이었다면, 이제부턴 본격적으로 고행 길의 시작입니다~ ^^
[제주도에서 가장 높은 오름, 사라오름 가는 길]
백록담 산행길에 옆으로 빠져서 왕복 약 40분 거리의 산정 호수인 사라오름을 다녀올 수 있습니다. 여긴 백록담보다는 상대적으로 호수에 물이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지요~
[현무암 돌길]
한라산은 돌로 만들어진 산입니다. 그러다보니, 바닥도 걍 다 돌이지요. 발바닥에 불이 납니다;; 밑창이 얇은 운동화를 신으면 발이 아파 죽을테니, 등산장비를 제대로 갖춰야 해요! 양복에 구두신고 종이봉투들고 올라가는 중국인을 보았는데 이것도 대륙의 위엄일까요? ^^
[진달래밭 대피소]
거의 절반 지점인 해발 1,400m 진달래밭 대피소. 12시반 이전에 여기를 통과해야 백록담까지 갈수 있지요. 열심히 올라가서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길에는 여기서 컵라면을 한 그릇 때려줄 예정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난이도 상 코스]
진달래 대피소에서 백록담까지는 한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반은 이렇게 돌 오르막 이구요. 반은 계단으로 되어 있어요. 일명 죽음의 계단 퍼레이드;; 나중에 하산하면서 보니 곳곳에는 퍼지는 등산객들이 속출하네요. 평소 운동을 멀리 했던 분들은 많이 힘들듯 합니다ㅠ
[시원스런 조망, 제주의 고요한 아침풍경]
진달래밭 대피소부터는 조망이 탁 트이게 되며, 약 1,600m 정도까지 올라오면 그때부턴 제주도의 양쪽 끝을 한번에 볼 수 있습니다.
[남쪽 해안선과 중문단지]
3대가 덕을 쌓진 않았어도, 나쁜 짓은 안하고 살았나 봅니다 ^^ 옅은 구름만 끼어 있을 뿐, 해안선과 함께 아랫쪽 풍경, 지나 다니는 배까지도 모두 조망이 됩니다~!
[해발 1,900m 표지석]
3대가 덕을 쌓진 않았어도, 나쁜 짓은 안하고 살았나 봅니다 ^^ 옅은 구름만 끼어 있을 뿐, 해안선과 함께 아랫쪽 풍경, 지나 다니는 배까지도 모두 조망이 됩니다~!
[백록담(1,947m) 정상석]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제주도를 발 아래에 놓고 보는 조망이 너무 멋지네요. 우와~ 소리가 저절로 나옵니다.^^ 큰 의미는 없지만, 오늘 백록담 정상 도착순위는 5위였네요;;
[백록담]
생각보단 물이 없어요. TV에서 애국가 나올 때 보이는 호수 같은 모습을 상상했지만, 뭐 그런건 사실 거의 볼 수 없다고 합니당. 그나마, 얼마전 태풍 챠바가 와서 물이 엄청 많이 차서 이 정도라도 된 거랍니다ㅎ 당연한 것이 백록담 지반이 구멍이 숑숑 뚫린 현무암이라 그대로 아랫쪽으로 흡수되어 버리는거죠~
[하늘, 그리고 구름의 움직임]
고도가 높은 곳이라서 그런지 하늘과 구름의 변화가 참으로 변화무쌍합니다. 정상데크에 누워서 아무 생각없이 하늘을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군요~ ^^ 멍 때리기 전문입니다ㅎ
[얕은 구름에 쌓여있는 여러 오름들]
사실 제주도 여행의 8할은 날씨라고 하죠..
푸르른 하늘까진 아니었지만, 다행히도 정상에서는 시야가 트여, 산 아래를 다 내려다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네요! 만약 여기까지 와서 새하얀 도화지 구경만 하고 갔었다면 좀 많이 슬펐을 것 같습니다;;
[진달래밭 대피소 Limited Edition]
산 아래에서는 구경도 한적 없던 오뚜기 컵라면이 대피소에 단독입점해 있습니다. 산행이 힘들었던 나머지, 모두가 이 컵라면에서 천상의 맛을 경험하게 된다고 하지요. 진짜 꿀맛 이더라구요;; 가격은 1500원이며, 현금만 받습니다~
[하산길에서 만난 정상으로 올라가는 사람들]
일반 등산객들에다, 고등학교 수학여행단, 대학생 MT 인파 까지 겹쳐, 상단부 일부 구간은 기차 놀이길이 되었습니다. 그렇찮아도 좁은 길에 퍼지는 사람들까지 속출하면서 길게 밀리네요. 밀려요;;; 뭔가 정상은 아닙니다ㅠ
[이미 지나왔던 길이라, 하산시에는 사진을 많이 찍진 않았습니다]
등산객들의 올라갈때, 내려갈때의 표정은 너무나 다르군요. 이 시점에서 “산행의 맛은 내려갈 때 올라오는 사람 보는 맛” 이라는 격언을 다시 한번 되새깁니다. 오늘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정상까지 몇분 남았어요?" 로서, 한 30번 정도 대답해 준것 같네요. 하지만, 그 시간은 저도 확신할 수 없는 정확하지 않은 대답 이었습니다ㅠ 정상에서 멀어지면 저도 잘 몰라요ㅠㅜ
[갑자기 굵은 비가 내리기 시작하네요;;]
[삼나무 길을 따라 천천히 하산입니다]
이젠 아랫쪽 입구에서 입산통제를 하는지, 올라오는 분들이 거의 없네요. 청소년 자녀와 함께 오신 부모님께서 사진을 찍으시면서 “고도가 올라갈수록 애가 점점 못 생겨지고 있다” 라고 말씀하시는데, 표현이 재미있어서 속으로 많이 웃었습니다.
[마지막까지도 돌 길과 함께 합니다~ 발목을 삐지 않도록 주의해야죠!]
어제 게스트 하우스에서 스탭들이 하던 이야기가 있었네요. "어쨌든 초입에 구경을 많이 하세요. 이후부터는 올라가는 내내 땅만 보게 될테니까~ 퐈하하핫! " 결론적으로 성판악 코스는 한달에 몇번씩 등산을 다니시는 분이라면 전혀 어려움없이 다녀올 수 있습니다. 워낙 어이없는 경사길을 많이 접해봐서 그런지, 이 정도는 양반입니다요ㅎ
[한라산 등정인증서]
일반적으로 성판악 코스는 백록담찍고 하산까지 7~8시간 정도를 잡는데요. 저는 라면먹고 내려오는데 6시간 50분 걸렸으니, 거의 평균이네요. 백록담에서 인증 사진을 찍어 오면, 한라산 등정 인증서를 천원에 발급해 줍니다. 까먹지 말고 받아와야죠~ㅎ 한라산 등반을 마치고 나니, 몸이 너덜너덜 해진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드디어 나도 뭔가 큰 숙제를 했다는 성취감에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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