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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승학산, 구덕산, 시약산 산행기입니다~!

 

 

오늘 산행을 할 곳은 고려말 무학대사가 “마치 학이 나는듯 하다” 고 이름을 붙여 주었다는 부산 승학산입니다. 지난 7월 가덕도 백패킹을 할 때, 여기서 보는 일몰 역시 참으로 장관 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은 시간대가 맞지 않아 일몰을 볼 수는 없었네요~;;;

사실, 오늘은 울산 1인 산악회 역사상 굉장히 의미있는 날 입니다. 본의 아니게 갑자기 만들어진 자리이기는 하나, 어쨌든 산악회 창립이후 최초의 조인트 산행이 이루어 졌습니다ㅎㅎ 사하구에 살고 있는 친한 친구가 동행하며 구덕산, 시약산까지 포함하여 가이드 역할을 해주었네요.

저는 혼자 산에 다니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지만, 오늘 사실 딱히 어색함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저와 산행 페이스가 거의 비슷 했던데다, 워낙에 과묵한 친구라 별로 말이 없어서 사실 평소처럼 혼자서 산행한거나 다름 없었네요ㅠ 다만, 이 친구가 산행내내 승학산을 동아대 뒷산이라고 부르던데, 이건 굉장히 이색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코스)
하단역 9번출구-동아대정문(좌측)-언덕위 우측 나무계단-승학산-구덕산-시약산-대티역 

 

 


 




[동아대학교 승학캠퍼스 정문]

 

정문으로 들어가서 왼쪽편 언덕으로 약 200m를 올라가면 우측에 나무계단이 들머리입니다.
승학산은 주변에 들머리로 잡을수 있는 곳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대신동, 괴정동, 학장동? 등 어쨌든 길이 많다는 것은 헷갈릴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이야기지만, 일단 정상을 향해서만 올라간다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네요~
제가 "왜 하필 여기냐?" 라고 물으니, 그냥 여기가 제일 끝 이라서 이리로 왔다는군요ㅎ

 

 

 

 

[생활 등산로이다보니, 둘레길처럼 등로가 너무나 빤질빤질하네요]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갑니다.
당연히 사람마다 틀리긴 하겠지만, 보통의 경상도 남자들 끼리는 무슨 대화를 할까요? 오늘 저와 친구간의 일반적인 대화 기본패턴 입니다. (이 친구가 몹시 과묵한 스탈임)
"요새 하는 일은 잘되나?" "어.. 잘된다" "...(침묵)"
"애는 공부 열심히 하나?" "뭐 별로다" "글나?" "...(침묵)" 뭐 친구와 싸운 건 아니며, 사이도 좋습니다만, 이러니 평소 혼자 산행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싶기도 하네요ㅎㅎ

 

 

 

 

[승학산 정상방면의 빛내림 현상]

 

햇볕이 공중에 떠 있는 미립자에 의해 산란되어 빛의 통로가 밝게 빛나 보이는 아주 신비한 자연현상입니다~

 

 

 

 

[저 멀리 뒷 편에 가덕도 연대봉이 보입니다]

 

정상에 핀 코스모스, 나무사이로 뛰어 다니는 청솔모, 황금 빛으로 물들어가는 철새 도래지 을숙도와 광활한 낙동강 하구언 풍경까지..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너무나 평화롭네요~

 

 

 

 

[승학산(497m) 정상석]

 

부산에서 낙조가 가장 예쁜 곳이라고 들었으나, 시간이 맞질 않으니, 제대로 만끽하려면 조만간 근처 헬기장에 텐트 피칭 한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승학산 억새평원과 구덕산, 시약산 방향 능선]

 

몽실몽실한 구름이 더없이 예쁘고, 하늘도 비교적 쾌청한 편이네요. 하늘의 구름이 손에 잡힐 듯 합니다. 길게 뻗은 능선을 보니, 가슴이 아주 시원해 지는군요~

 

 

 

 

[감천항 방면 view]

 

부산은 산과 바다, 그리고 섬이 공존하는 아주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승학산 목책 억새길]

 

화려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꽤 운치가 있네요~^^ 그러나, 현재 승학산 억새는 과거 전성기의 1/3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신, 칡넝쿨과 함께 식물 생태계의 황소 개구리로 불리고 있는 외래종인 "가시박" 이 산을 뒤덮고 있습니다. 다른 식물을 타고 올라가 넓은 잎으로 뒤덮어서 광합성을 못하게 방해 하여 결국 말라죽게 만드는 나쁜ㅠㅜ

 

 

 

 

[갈대와 억새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오늘 가이드 제대로 만났네요 ^^
억새는 산이나 들, 갈대는 습지나 강가에서 자라며, 억새줄기는 안이 차 있고 갈대줄기는 안이 비어 있답니다. 전혀 안 어울리게스리 별 걸 다 알고 있음;;

 

 

 

 

[구덕산(565m) 정상석]

 

여기서 약 20m 정도 더 직진하면 무선표지소 울타리 철조망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돌아 볼수가 있는데, 앞이 탁 트인 곳 이라 전망이 아주 좋더라구요!

 

 

 

 

[뒤돌아 본 왼쪽 승학산 정상]

 

아까 보단 친구의 말문이 조금 트였습니다. 부모님의 건강, 자주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의 근황과 최근 다녀온 여행, 와이프와 싸운(혼난?) 이야기까지.
평범한 이야기들이 재미있고 공감가는지라, 시간 가는줄 모르고 산행길을 이어갑니다~ ^^

 

 

 

 

[부산 시내. 가운데 용두산공원, 저 멀리 영도&봉래산까지]

 

왼쪽 아래에 구덕 운동장이 있습니다. 86년 현재의 사직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4년간 롯데 자이언츠의 홈 그라운드였지요. 84년 롯데는 고 최동원 선수의 맹활약으로 한국시리즈에서 첫번째 우승의 영광을 거머 쥐었지만, 그후 92년의 마지막 우승후 암흑기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가 야구를 조금 더 잘했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친구는 "롯데" 빼고 그냥 부산 자이언츠라고 부르더라구요;; (저는 올해는 폭망해 버린 삼팬ㅠㅜ)

 

 

 

 

[오른쪽 끝 절벽 위의 정자 시약정]

 

뭐 별로 동의되는 지점은 아닙니다만, 친구는 시약정이 한강 이남 최고 위치의 정자라고 합니다. 비오는 날에 부산항을 바라보면서 막걸리 한 잔을 하면 그렇게 좋다고 아주 칭찬을 칭찬을;;;
어쨌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넘치는 자부심은 보기 좋습니다. 가만히 보니, 커다란 바위, 사철 푸른 소나무와 어우러져 보이는 시약정자는 좀 멋진 것 같기도 하네요? ^^

 

 

 

 

[구덕산 기상레이더]

 

주민들에게는 일명 "구덕산 축구공"(?) 으로 불린다고 하네요ㅎ 궁금증이 발동했으나, 친구는 모르겠답니다;;
궁금증1) 시약산 정상에 위치해 있는데 왜 구덕산 기상 레이더 일까요?
궁금증2) 구덕산에서 시약산을 넘어 오는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인데, 왜 굳이 시약산과 구덕산을 구분 하였을까요?

 

 

 

 

[구덕산 기상관측소 옆 시약산(510m) 정상석]

 

멀리, 그리고 높은 산을 가고 싶은 것은 산행을 하는 모든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본능이지만, 도심의 근교산 역시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명품 소나무길을 따라 하산입니다]

 

억새가 만발한 날 왔다면 더 없이 좋았겠지만, 푸르름이 가득한 지금도 참 괜찮은 곳인 것 같습니다. 억새가 절정인 10월말에 오면, 정말 앞사람 등짝만 보고 일렬로 줄을 서서 가야 한다는데, 아직은 비교적 조용한 산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걸어 보았던 보람찬 시간이 되었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가을 산행이 시작되면, 고운 색으로 물들어 갈 산과 깊어가는 가을을 느끼기 위해 매 주말마다 더욱 더 바빠져야 할 것 같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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